Raggedy Man, Good Night

우선 스포 주의.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써낸 거라 그냥 느낌 나열들 뿐입니다. 제대로 된 리뷰는 절대로 아니에요. 지극히 감성적이고 또 감성적인 뻘글.

그런 의미에서 가려둡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재생성 직전의 장면들은 정말로 너무도 가슴 저릿하고 눈물이 저절로 쏟아져버렸습니다.

괴로워하거나 힘겨워 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며 떠나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더욱 더 보는 사람이 아팠던 아이러니한 재생성.

누구나 다 변하는 것이라며, 나는 절대로 닥터가 자신이였을 때를 잊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닥터의 모습은 너무나도 담담하고 한층 더 성숙해 보여서. 너무도 편안하고 정말로 모든 것들을 미련 없이 탁 하고 내려 놓을 수 있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10대가 갔을 떄 보다 더 가슴에 남고 슬펐던 거 같기도 하고.

참으로 슬프면서도 행복한 것이였던 거 같습니다. 행복? 이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애매하지만, 적어도 편안해 보였으니까.

에이미의 잘자라는 인사와 보타이를 풀어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왈칵.

어찌보면 정말로 11대에 걸맞는 것이라서 더욱 더 눈물이 났던 건지.

에이미의 잘 자 라는 인사는 마치 동화를 전부 읽고 난 뒤 잠들기 직전의 아이에게 잘 자라고 마지막에 인사해 주는 거 같아서 더욱 더 가슴을 쳤던 거 같아요. 래거디 맨 굿 바이 였다면 차라리 덜 아팠을 텐데, 굿 나잇이라니. 잘 자 라니.

정원에 추락한 파란 상자에서 부터 시작된 동화는, 아멜리아가 주인공에 11대는 요정에 가까워 보였지만,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사실 정말로는 그 요정의 기나긴 얘기였던 걸지도. 아니 그랬던 거에요. 동화 속에 머무르는 파란 상자 타는 미친 남자의 이야기. 아멜리아의 동화 속 누더기 남자. 상상의 친구. 

 닥터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입장이기도 할테지만, 어쩌면 닥터도 역시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은 채 이야기를 듣는 아이였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상상의 친구라고 하니, 어찌 보면 마지막 순간에는 서로의 입장이 뒤바뀐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고. 닥터의 상상의 친구 에이미. 아멜리아. 아멜리아 폰드.

미소를 띄운 채 보타이를 푸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으니 굳이 말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그렇게나 좋아하고 아끼는 보타이를 풀고 바닥에 떨구는 그 모습 부터가 그저 너무나도...너무나도....

정말로 마지막이구나 하는 것이라.

앞으로 본편이 진행되면서 11대를 보는 일은 거의 없을 거고, 12대가 활동하는 것을 열심히 지켜볼 테지만, 

여전히 나의 닥터, 나의 레거디 맨은 계속 제 동화 속에서 뛰어 다닐 거 같은 느낌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만날 수 있는 그런 느낌.

이렇게 닥터 닥터 하면서 눈물 짜내도 금방 짠 하고 나타나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냐고 할 거 같은 느낌.

사실은 아주 가버린 것이 아닌 거라고, 실은 아주 가까이 있는 거라고,

그런 생각 해보게 됩니다.

그래도 늘 인사는 할 거 같아요. 이별의 인사가 아니라 밤 인사로. 다음날이면 다시 볼 수 있는 것 처럼.

잘 자요 래거디 맨. 내 누더기 닥터. 좋은 밤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