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니디에] 요람의 휴일 속 노스탤지어 #1

요람의 휴일 속 노스탤지어

part.1

Title : 요람의 휴일 속 노스탤지어

Pairings/Characters : Johnny Joestar/Diego Brando  죠니 죠스타 x 디에고 브란도

Rating : PG-13/Teen

Warnings/Spoilers :  ① 현대물 AU/n순 후의 이야기. 역대 죠죠들이 서로 가족/친척으로 나옵니다. 디오와 디에고는 쌍둥이 형제라는 설정. 

② 중간에 간혹 NC-17 

③ PO패럴레WER POn순WER 효과로 현재의 죠니디에가 위화감이 심할 정도로 꽤나 포카포카합니다. 나의 죠니디에는 이러치 안타ㅏㅏ 이신 분들은 주의요망.

Fandom : JoJo's Bizarre Adventure/Steel Ball Run

Summary : 수많은 일순에 일순을 거듭해 어느 시대에 죠니와 디에고가 서로 연인이라는 설정. 어린 시절을 함꼐 해 온 죠니와 디에고가 서로 연인이 되고 난 뒤 방학을 틈 타 죠니의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중간 중간에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디에고가 나오는 지루한 파트.

Author's Comment : 가벼운 기분으로 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상당히 길어졌네요. 후반부에 살짝 해피타임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죠니의 고향의 태양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원래 늘 뜨고 지는 태양에 시간이 흐른다고 무슨 차이가 생기겠느냐 싶겠지만, 디에고의 눈에는 머릿속에 늘 그림 처럼 기억 되어 왔던 농장의 풍경이 마치 시간이 정지된 선명한 사진을 그대로 박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수십번 수만번을 자라고 깎여왔을 풀들 조차도 성장을 멈춘 거 같은 느낌이였다. 

"이 동네는 정말 그대로네."

디에고의 생각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말이 죠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을의 길을 지나 이제 막 농장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즈음이였다. 디에고는 가만히 긍정했다. 농장도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흐끗흐끗한 노란 빛깔의 대문마저도 그 이후 색이 바래지 않은 듯 했다. 

"읏차…. 녀석들도 잘 있을지 궁금하네."

"녀석들?"

"말들 말이야. 기억 안 나? 전에 아버지가 사진도 보내줬잖아."

사진이라고 하기에 기억을 되짚어 보니 벌써 몇 개월도 더 전의 일이었다. 디에고는 죠스타 경으로 부터 온 편지에서 갓 태어난 망아지들의 사진 몇 장을 죠니와 함께 봤던 일을 기억했다.

"안 계신 동안 그 녀석들 좀 잘 돌봐달라고 어젯밤에 전화하셨어."

"그렇군."

지금쯤이면 꽤 많이 컸을 거라고 디에고는 생각했다. 죠니는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곧장 가질 않고 마구간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마른 바닥을 딛는 모습은 늘 보아왔던 모습이지만, 고향에 오니 유난히 어린 시절의 죠니 죠스타의 모습이 희뿌연 한 아지랑이처럼 겹쳐보였다.

"헤에. 많이 컸네. 전혀 못 알아볼 뻔했어."

앞서가던 죠니가 먼저 마구간 안으로 들어가자 디에고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어린 시절을 쭉 마구간을 들락날락 하며 보냈던 것이 필름 한 장 한 장 넘기듯 떠올랐다. 이곳에서 만지고 먹이고 고삐를 잡았던 말은 디에고가 기억하기로는 수십여 마리는 되었다. 눈을 감고도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어떤 말이 있는지 훤히 기억하고 있던 때였다. 

느릿한 시선으로 되새기듯 마구간을 카메라 렌즈처럼 둘러보던 디에고는, 말들 사이에 작은 그림자 하나를 눈치 채고 제 앞에 있던 죠니를 불렀다.

"죠니, 잠깐만."

"응? 뭐야, Dio."

"봐."

손가락으로 그림자를 가리키자 말을 쓰다듬고 있었던 죠니는 곁으로 다가갔다. 그림자는 이내 움직이며 제 모습을 제대로 드러냈다. 죠니는 눈을 깜박였다.

"…망아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새끼가 또 하나 있었던 모양이군."

내내 무표정이었던 디에고의 입술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둘의 시선이 겹쳐진 곳에는 귀를 쫑긋거리는 옅은 황토 빛의 작은 망아지 한 마리가 틈바구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

"반 년 조금 넘겼대. 젖 뗀지는 얼마 안 되었다더라."

자신의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난 직후 죠니는 디에고 옆자리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디에고는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곤 죠니를 바라보았다.

"한창 많이 먹일 때군. 다른 망아지들도 1-2년 좀 넘겼을 거 같은데."

"그래서 조교사들이 맨날 들락날락 한다나 봐.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니까."

죠니는 탁자에 놓여 있던 제 몫의 허브티를 후후 불곤 홀짝였다. 더운 기운이 목 안에 은은하게 퍼지자 작게 한숨을 내쉬곤 그대로 등받이에 기댔다. 죠니는 고개를 젖힌 채 천장을 멍하니 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이 놈의 집구석은 어째 변한 게 없네."

한결 낮은 목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 느릿하게 죠니의 입술 사이로 빠져나왔다. 디에고는 그를 빤히 보다가 주위를 흘긋 거리며 둘러보았다. 죠니의 말 그대로였다. 집은 어느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던 테이블은 물론이고, 지금 들고 있는 찻잔이며 심지어 벽에 걸려 있는 주홍색의 얇은 수건까지, 마치 밀랍으로 만들어진 모형 같이 전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비록 재작년 이후로는 방문조차 할 수 없었던 디에고였지만,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 2년 전과 그 전에 영국에 있었던 4년을 거스르고, 거기서 4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0살의 디에고가 있었다. 디에고는 유난히 어린 시절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그 시기의 디에고는 지금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디오' 라는 이름의 쌍둥이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와 어릴 적에 병사한 어머니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죠스타 가문의 사람들과, 그 외의 극소수의 지인들만이 알고 있었을 뿐, 애초에 디오나 디에고는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꺼려했다. 얘기를 꺼낼 만큼 그들의 가족사는 화목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디에고는 좀 더 옛날 기억을 더듬었다. 5살 때였을 것이라고 디에고는 생각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5년 뒤에 그는 어머니가 눈앞에서 눈을 감았던 것을 지켜보았다. 5살 때의 여름밤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었다. 그때는 아직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이었다. 아버지 쪽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던 쌍둥이 중 디에고를 다리 밑에 두고 가자고 하기 전 까지는 가족은 계속 함께였다. 불쌍한 쌍둥이의 어머니는 감히 자신의 남편의 뜻을 거부하지 못하고 어린 아들이 그대로 다리 밑에 방치 되어 있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아마 그때에 자신의 어머니가 그대로 정말 아버지를 따라 저를 혼자 두고 갔다면 아마 자신의 운명은 달라져도 심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디에고는 늘 생각했다. 그 날 그의 어머니는 차마 어린 아들을 두고 가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되돌아와, 그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잠을 자고 있던 어린 디에고를 부둥켜안았다. 

쌍둥이의 아버지는 그걸 보곤 그대로 디오를 데리고 떠났다. 디에고는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이 '다리오 브란도' 였으며, 그 전에도 어머니와 어린 쌍둥이 형제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는 것만을 기억했다. 애초에 그 이상의 것들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헤어진 쌍둥이 형을 그리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어 행복했었다.

그의 어머니가 지독한 가난과 일하고 있던 농장의 주인의 횡포에 못 이기고 끝내 병을 얻어 디에고의 손을 힘없이 붙잡은 채 가련하게 죽어갔을 때 까지는 그랬다. 

그때 디에고의 나이는 10살. 스스로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어린 나이었다.

어머니의 빛을 잃은 눈동자를 기억하자 디에고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덮은 채 잠시 그대로 굳은 듯이 있었다. 매번 가만히 있으면 어머니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직 식지 않은 채 더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그대로 쭈욱 들이키곤 죠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Dio…?"

"모처럼…이라고 할까. 이렇게 단 둘만 있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말이지…."

뒤의 말은 살짝 어깨 위에 얼굴을 비벼대는 것으로 흐렸다. 죠니는 별 말 없이 비어 있는 한 손으로 디에고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허브티를 한 모금 머금었다. 디에고는 눈을 감았다. 또 다시 옛 기억의 잔상들이 살아있는 망령처럼 피어올랐다.

형인 디오가 찾아온 날은 어머니를 잃은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형제는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서로 한눈에 봐도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쌍둥이는 어디까지나 쌍둥이였다.

그 즈음에는 아직 슬픔이 가시기 전이라 반쯤 혼이 나간 것처럼 지내왔던 디에고였지만 5년 만에 만난 형을 봤을 때에는 달려가 힘껏 안았다. 울기도 엄청 울었다고 디에고는 회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혼자 있을 땐 자주 울기는 했지만 그때 흘렸던 눈물은 좀처럼 쉽게 멈추진 못했다. 

계속 터져 나오는 울음을 채 삼키지 못한 채 얼룩진 목소리로 디에고는 형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다. 디오는 그 말을 듣고 굳었지만 이내 그 역시 우는 동생을 힘주어 꽈악 안았다. 형은 아마도 짐작했을 것이라고 디에고는 생각했다. 어쩌면 형은 도착하면 어머니가 죽었을 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어머니도 동생도 모두 죽었을 거라고 오는 내내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짐작을 하는 것과 사실을 아는 것은 크기가 달랐다. 어머니는 죽고 동생만이 살아남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엄청난 비극이었지만 동생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안도였다. 

그날 쌍둥이는 서로를 안고 울었다. 온 몸의 물이 전부 눈물이 되어 쏟아지는 것처럼 많이 울었다. 너무 울어 눈이 심하게 부어 디에고가 농장 일을 그만두고 형을 따라 길을 나섰을 때에는 형제가 두 손을 꼬옥 잡고 기차까지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난생 처음으로 기차를 타 본 디에고는 기차에 방이 여러 개가 있단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형제는 방 안에서 조용히 고해성사를 하듯 서로의 얘기들을 꺼냈다. 술주정뱅이에 폭력적 이였던 아버지 역시 얼마 전에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도무지 일은 하지 않고 술만 마셔대던 아버지를 부양했던 것은 순전히 디오였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막연히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원망했던 디에고였지만 형의 말을 들은 직후 그런 아버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디에고는 앞으로의 행선지를 물었다. 디오는 주머니에서 색이 바란 편지를 꺼내 자신의 동생에게 건넸다.

「갈 곳이 하나 있어.」

 

봉투 위에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쓰인 '죠지 죠스타' 라는 서명을 확인하고는 디에고는 편지를 꺼내어 읽어보았다. 편지를 읽고는 고개를 들어 제 형을 보니 어렴풋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더 이상 농장일 같은 거 안 해도 돼. 우린 이제 귀족 집에서 귀족처럼 살게 되는 거야.」

"망아지한테는 이름이 있었나?"

"응?"

가만히 기댄 채로 조용히 호흡을 하고 있던 디에고가 옅은 정적을 깨자 죠니는 되물었다가, 알아채곤 하품과 함께 대답했다.

"으응, 글쎄. 아버지가 그런 말씀은 안 하셨으니까, 아마 아직 없을 거야."

"그렇군."

입술을 달싹이며 넘기듯 대답하곤 디에고는 다시 죠니의 어깨 위에 얼굴을 아기처럼 비비다 목덜미 위에 입술을 살짝 붙였다. 살결과 함께 더운 숨이 목 뒤쪽까지 훅 끼치자 죠니는 흠칫했다.

"우리가 이름 하나 지어줄까? 응? 어떻게 생각해, 죠니?"

"…어차, 피… 그 녀석, 우리 꺼도 아니잖아."

귓가에만 들릴 듯 말 듯 가볍게 소리 내며 목덜미 위에 연신 입을 맞추자 아까보다 한결 몸이 굳은 죠니는 디에고의 어깨를 잡았다. 명백하게 떼어내려는 손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디에고는 일부러 귓불 위에 입 맞추다, 귓구멍에 훅 하고 숨을 불어넣었다. 화들짝 놀란 미어캣처럼 죠니의 몸이 크게 뛰자 디에고는 소리 내어 웃곤, 팔을 들어 뱀처럼 느릿하게 죠니의 가슴팍을 타고 올라가더니 똬리를 틀듯 어깨 위에 둘렀다. 

"…있잖아, Dio."

"응?"

"너 말야… 사실 망아지 이름 같은 거 상관없는 거지?"

꼼짝 없이 갇힌 모양새로 죠니가 삐죽이자 디에고는 풋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대로 밀착하듯 파고들자 전해오는 온기가 온 몸에 퍼졌다. 디에고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죠니의 몸은 따뜻했다. 

"글쎄?"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진 상태에서 디에고는 작게 속삭였다. 미간을 살짝 좁힌 채로 빤히 마주보던 죠니는 디에고의 허리에 팔을 감아 제 품에 끌어 당겨 안았다.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올 틈도 없이 입술이 겹쳐졌다. 

무너진 몸 위로 뜨겁게 젖은 살덩어리가 맞붙었다 떨어졌다. 고개를 젖힌 채 디에고는 자신이 누워있는 소파 너머 짙은 고동색의 나무 벽과 그 위에 걸린 사진들을 보았다. 죠니의 아버지인 죠지 죠스타의 사진과, 어린 시절의 죠니와 디에고가 찍힌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옆에는….

"…읏."

반쯤 몽롱해진 눈으로 사진들을 하나 하나 바라보던 디에고의 고개가 새어나오는 비음과 함께 앞으로 숙여졌다. 달아오른 숨을 흘리며, 제 가슴 위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죠니를 바라보았다. 노란 수선화를 닮은 금빛 머리칼이 가슴팍을 간질거렸다. 죠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에 움켜쥐고 있던 꽃잎을 흘려보내듯 디에고는 손가락 사이로 머리칼을 쓸었다. 묘한 사랑스러움이 안에서 부터 피었다. 디에고는 왜 그것이 묘하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To Be Continued…